이십 년

from 나날 2020/05/04 17:50


코로나와 함께 21세기가 시작된 것 같다.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벌써부터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말들이 있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본 섣부른 예측일 것이다.
어쨌거나 변화는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인간이란 족속이
조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돌아보니 이십 년.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헛걸음 뿐인 나날을 이어온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떠났고
무엇이 내게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내 속에 있던
어떤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작은 조짐이나 기색같은 것,
소심한 친구의 머뭇거림처럼
가까스로 무언가를
담고 있는 어떤 것.

뭐가 되고 싶은가,
꿈이 무언가, 하는 질문에
어려서부터 답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게는 '무엇'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이 중요했던 것 같다.
학교가 사회가 지시하는 무엇이 아니라
비록 모호하더라도
내 바탕에 비추어 내가
조금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어떤 상태.

그러 면에서 보면
지난 이십 년은 의미가 있었던 것도 같다.
먹고 사는 것은 끝없이 위태롭고,
무언가를 이룰 계획은 판판이 어그러지고,
가까이 있던 마음들도 다 흩어져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부터
모두에게서 거리를 두고 살아온
고립된 날들이었다.
하지만 그 고립 속에서
다른 어떤 것들이 물러난 후에도 남아있는
어떤 작은 것을 보게 된다.
그것에 의지해 걸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이제서야 변화가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만들고 쓰다보면
언제나 갈림길을 만난다.
저 모퉁이를 돌면 어두운 수풀이 있을 것이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매일 답답한 날들이지만
빤한 날들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고
또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눈썹같은 달이 차츰 부풀어 오르듯
부는 바람이 가만히 길을 바꾸듯
그렇게 천천히.

*

고향에 가고 싶은 데 못가고 있다.
고층건물과 방파제 따위로
좁아져가는 바다 속에
그래도 어린 날에 나를 찌르던
감각이 여전할 것이다.
멍청한 아파트와 바보같은 건물들에
사라져가는 비탈길은
삶에 대해 여전히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 것이다.



*

i shall be released / the band


They say everything can be replaced
They say every distance is not near
So I remember every face
Of every man who put me here

I see my light come shinin'
From the west down to the east
Any day now, any day now
I shall be released

They say every man needs protection
They say that every man must fall
Yet I swear I see my reflection
Somewhere so high above this wall

I see my light come shinin'
From the west down to the east
Any day now, any day now
I shall be released

Now yonder stands a man in this lonely crowd
A man who swears he's not to blame
And all day long I hear him shouting so loud
Just crying out that he was framed

I see my light come shinin'
From the west down to the east
Any day now, any day now
I shall be released









2020/05/04 17:50 2020/05/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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