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가좌동을 걷던 얼마 전의 밤,
오래 된 구멍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게는 얼마나 열려있었을까?
이 가게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들이
무참히 사라지고 있다.
청계천과 을지로와
수 많은 이들의 거리와 골목.
또 내 고향의 골목들과...

사실 골목이란 단어는
어린 세대에게 거의 사어(死語)가 되었다.
모든 것이 자본의 편의를 위해
무너지고 재구성된다.
물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기억을 만들어 갈 수도 있겠지만
늘 다른 곳을 보라는 부추김을 받고
중요하지 않는 어떤 곳으로 생각할 것이다.
TV와 미디어, SNS가 보여주는
수 많은 이미지들을 향해
마음을, 삶을 옮겨갈 것이다.

물론 말랑말랑한 추억이
몇 남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엔
여전히 내게 질문을 던지는
어떤 구체적인 지점이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말하자면 기억의 힘이 사라지는 것이다.
기억이 없으면
과거의 무엇과 지금의 무엇이 만나
어떻게 대화를 하고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허물어진다.
너무 쉽게 만들어진다.
너무도 오랫동안 그렇다.
사실 변하는 것은 없다.
자본의 지배가 있을 뿐.








2019/10/31 18:02 2019/10/31 18:02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