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야기, 둘

from 이야기 2003/01/14 00:00


강남 무역센터의 꼭대기.

지금은 아이들 돌잔치를 주로하는 부페가 되었지만
전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라운지가 있었다.

7,8년 전의 어느날, 그곳으로 올라가본 적이 있었다.
비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창가 자리에 앉은 나는 커피를 마시며
빠르게 지나는 비구름 사이의 풍경들을 보았다..
땅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전망과 표정을 보이는 도시는 좋았다.
종합 운동장이 보였고, 휘문고등학교의 운동장이 보였고,
50층에 가까운 높이 답게
거리와 사람들은 아득하게 작아보였다.

늘 모니터와 회의실의 벽에 갇혀 살았던 나의 눈은
멀리 열려진 새 세상을 보고 있었고
아마도 나는 사무실 세상이 아닌
비구름이 언뜻언뜻 보여주는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얼마나 그렇게 밖을 바라보았을까.
나의 눈은 시선을 당겨 내 코 앞의 창을 보았다.

그런데 그 46층의 유리 창에 붙어서
파닥이는 파랑 색의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아, 그것은 유리벽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파랑나비였다.

어찌하여 보기도 드문 파랑 나비가
도심의 빌딩 꼭대기까지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비구름에 밀려왔던 것일까?

나비는 바람에 흔들리고 퍼덕이며
빤히 보이는 유리창 안으로 들어오려 파닥이고 있었고
그 유리창 밖의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던 나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solitude / double vie de veronique o.s.t.

2003/01/14 00:00 200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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