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하나

from 이야기 2002/11/27 00:00


서울에서,
늘상 서울의 나무를 보고 살면서도
나무,하면 당연히 떠 오르는
고향의 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푸석푸석한 머리를 바람에 날리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나무 한 그루입니다.

달음질 치면 바다로 빠져버릴 것 같은
가파른 언덕길의 꼭대기.
양편으론 묘지들이 있습니다.
그 묘지의 꼭대기에 나무가 서 있습니다.
비록 머릿결은 바람에 빼앗겼어도
꼿꼿하게.

꼿꼿하게,라는 말은 틀린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리에 힘을 주고
안간힘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묘지를 딛고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버티고 있는 나무.

죽음에 발을 딛고
생명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람은 나무야 그만 쉬렴,
부드럽게 달래기도 하고
너 그만 누워,라고 윽박지르기도 하지만,
나무는 도대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 나무를 보고싶다는 생각은 자주 들지만,
고향에 가면 막상 보러가지는 않습니다.
벌써 그 나무가 내 속에
옮겨 심어진 것 같습니다.




2002.11.27

2002/11/27 00:00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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