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지혜

from 나날 2022/10/21 18:00

큰 일이 하나 끝나면
이 책을 다시 읽게된다.
몇 년 마다 한 번씩 읽는데
그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기독교가 국교가 되던 시대에
오히려 사막에 들어간
수도승들의 이야기다.
모든 것과 절연한 채
구원을 갈구하며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극단적으로 느껴진다.
다가갈 수 없는
경지인 것 같다.   

그리스의 어느 철학자에게 한 제자가 있었다. 한번은
스승이 그에게, 3년 동안 그를 모욕하는 모든 이에게
돈을 주라고 명했다. 시험 기간이 끝났을 때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이제 아테네로 가서 지혜를 배워도
좋습니다." 제자가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 성문 앞에
앉아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모욕하는 어떤 현자를
보았다. 현자는 그 제자도 모욕했는데 그 제자는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현자가 "당신을 모욕하는데 왜
웃습니까?"하자 제자가 말했다. "저는 3년 동안 나를
모욕하는 이들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당신은 지금
저에게 거저 이 일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현자가 말했다. "도시로 들어가십시오. 그 도시는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요한 아빠스는 자주 이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우리 조상들이 많은
시련 속에서도 기뻐하며 천상 도시로 들어갔던 하느
님의 문입니다."

*

형제들 가운데 한 사람이 시소이스 아빠스에게 물었다.
"강도나 포악한 자가 저를 공격하며 죽이려 할 때,
제가 그를 이길 수 있다면 제 힘으로 그들을 죽여야
합니까?" 원로가 대답했다. "결코 그래서는 안 됩니다.
당신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십시오. 어떠한 악이
닥쳐오든 그것은 당신의 죄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고백하십시오. 당신은 모든 것을 하느님 지혜의 섭리로
알아야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횡행하는 이 곳에서 말이다.
그래도 모든 걸 다 바쳐
모욕과 악의, 교만과 싸웠던
삶들을 접하게 되면서
나를 괴롭히는 문제가
나만의 것은 아니었구나,
위대한 영혼들도
이런 고통을 겪었구나 하며
위로를 받게된다.
물론, 그들이
넘어 지나간 것들에
나는 발목이
잡히고 말겠지만.

거의 이천 년 전
사막에서 머물던
그들의 지혜는
지금 여기에서 요구되는
윤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중요한 것들을
다시 새겨 보게 한다.
버릴 것과 지킬 것을
선명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팜포 아빠스가 안토니오 아빠스에게 물었다.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원로가 대답했다. "당신이
지닌 덕에 의존하지 마십시오. 어떤 일을 했으면 그에
대해 더는 마음 쓰지 마십시오. 당신의 혀와 배를
절제하십시오."

하나 더 옮긴다.

한 원로가 말했다. "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 여러 면에서 바보가 되십시오."

은수사들은
도시를 떠났지만
노동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일해서
먹고 살았다.

*

가을이 깊어간다.
하루하루
단단히.





















P.S.
이런 재밌는
이야기도!

악마가 빛의 천사의 모습으로 한 형제에게 나타나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보내진 가브리엘 천사입니다."
그러나 그 형제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졌을
것입니다. 저는 천사를 맞을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자 악마는 곧바로 사라졌다.






2022/10/21 18:00 2022/10/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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